제47회 와인계에서 약진하는 캘리포니아
최근 미국, 남아프리카, 남미 같은 신흥국가의 와인이 현저하게 품질이 향상되고 있습니다. 이번 회부터 5회에 걸쳐서는 ‘신세계 와인’의 강자 ‘캘리포니아 와인’을 소개하겠습니다. 우선, 실력을 보여주는 유명한 에피소드를 소개하죠.
1976년 파리에서 캘리포니아와 프랑스의 와인을 비교하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이 열렸습니다. 각각의 카베르네 소비뇽 적포도주와 샤르도네 백포도주를 시음하고, 채점하는 것입니다(적포도주도 백포도주도 캘리포니아 6병, 프랑스 4병). 프랑스는 모두 쟁쟁한 와인- 적포도주는 모두 5대 샤토로 꼽히는 ‘샤토 오 브리오’ 70년, ‘샤토 무통 로쉴드’ 70년 등 보르도 와인, 백포도주는 도멘 르플레브의 ‘퓔리니 몽라셰 레 퓌세르’ 72년 등 부르고뉴 와인. 심사위원은 로마네 콩티의 오너 등 프랑스 와인 전문가 9인. 심사를 맡은 프랑스 측은 프랑스 와인이 상위를 차자할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런데 적포도주에서 1위는 ‘스태그시 립’ 73년. 백포도주 1위는 ‘샤토 몬텔리니’ 73년으로 둘 다 캘리포니아 와인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캘리포니아 와인의 실력이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프랑스 측은 ‘프랑스 와인은 숙성돼야 맛있다’고 주장. 10년 뒤 같은 적포도주로 뉴욕에서 다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1위는 캘리포니아의 ‘클로 뒤 빌’ 72년이 차지했던 거죠.
프랑스 와인의 명예를 위해 부연 설명을 하자면, 일반적으로 캘리포니아 와인이 프랑스 와인보다 첫모금의 임팩트가 강한데, 당시엔 전문가라고 해도 프랑스인은 캘리포니아 와인을 마셔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실력을 가볍게 여긴 거죠. 그래서 첫인상 만으로 쉽게 평가를 내리고 만 것입니다.
캘리포니아 와인은 미국의 와인 생산량의 90%를 차지합니다. 18세기 후반 주로 교회 미사용으로 와인 제조가 시작돼, 19세기 중반 유럽의 포도품종을 이용해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두 번의 수난을 겪어야 했죠. 한 번은 19세기 후반 기생충 필록셀라로 포도나무가 괴멸상태에 빠진 것. 두 번째는 20년에서 33년까지 이어진 금주법으로 생산이 금지된 것. 이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60년대 이후엔 다양한 사람들이 캘리포니아에 모여 활황을 맞았습니다. 유명한 영화감독 프란시스코 크폴라도 그 중 한명입니다.
일반적으로 캘리포니아의 기후는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은 따뜻해서 포도재배에 적합합니다. 하지만 지구에 따라 기후, 토양에 특징이 있어서 그에 맞는 품종 선별과 재배방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캘리포니아 데이비스 대학에서 양조법을 포함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결과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과학적인 연구 덕분에 캘리포니아 와인은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품종이 향상됐습니다.
미국의 와인법에는 최소한의 규정밖에 없고, 등급도 없습니다. 단, 라벨표시에는 나름대로 규제가 있어서 산지, 포도품종, 수확연도 등은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면 표시할 수 없습니다.
다음 회부터는 고급 와인을 생산하는 걸로 유명한 [나파 밸리]를 중심으로 유력 와이너리와 그 대표적인 와인을 소개하겠습니다.
출처 : wooj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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