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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물처럼 살자
    여기저기 스크랩 2006. 3. 8. 15:49
     


     오래 전에 한 선배가 나에게 ‘물처럼 살라’며 ‘약수’(若水: ‘물처럼’이라는 뜻으로 <노자>의 한 구절)라는 호를 주었다. 호가 별로 통용되지 않는 시대라서 서예를 할 때에나 사용해 왔다. 그런데 살면서 정말 물처럼 살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절실해진다. 물처럼 살기 위해서는 먼저 물 같은 성정을 길러야 하는데 그게 정말 어려운 일이다.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성인(聖人)들이나 가능한 일인 것 같다. 


     노자(老子)는 “최상의 선덕(善德)은 물과 같은 것.”이라 하여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했다. 즉, 가장 훌륭한 삶은 물처럼 사는 것이라는 말이다. 물처럼 살려면 물과 같은 품성을 지녀야 하니 ‘가장 선한 사람은 물 같은 성품을 지닌 사람’(上善之人, 如水之性.)이라 했다.


     그러면서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利萬物), ‘다투지 않으며’(不爭), ‘남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문다.’(處衆人之所惡). 또, ‘비천한 곳에 머물면서도,’(居善地 ), ‘마음은 잔잔하고 허정(虛靜)한 도의 경지에 있다.’(心善淵)는 등, 물을 성인의 도(道)에 비유하며 극찬했다.


      여기서 우리가 물에서 배울 점을 살펴보자.

     

     (1) 물은 사람들이 욕심내는 높은 곳을 지향하지 않고 낮은 곳을 향해 흐른다. 그냥 흐르는 게 아니라 만물의 생성을 도우며 흐른다. 몸을 낮추는 겸손이 무리를 모아 시냇물이 하천을 이루고, 강을 이루고, 호수를 이루며, 급기야는 바다를 이룬다. 사람도 겸손하면 영화를 길게 누리지만 교만해지면 퇴영과 파멸을 자초하는 것이니 자연의 섭리가 둘이 아님을 배워야 한다.


     (2) 물은 쉬지 않고 주야로 흐르지만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흐르다 막히면 차분히 채우고 넘쳐흐른다. 계곡의 물이 급류를 타거나 폭포를 이루는 것은 그 지형 때문이지 물의 본성은 아니다. 물은 높낮이에서 낮은 곳으로 흐를 뿐, 선후를 다투거나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급기야 바다에 이른다. 인간이 원대한 목표를 달성코자 한다면 이 같은 물의 속성을 지혜로 삼을밖에 달리 왕도가 없으리라.


     (3) 물은 적응력이 뛰어나다. 나만을 고집하는 아집이 없다. 둥근 그릇에 담으면 둥글어지고, 모난 그릇에 담으면 모나게 된다. 그러나 그렇게 영합되는 건 아니다. 그 그릇에서 벗어나는 순간 다시 유연한 본성으로 되돌아간다. 물은 유연하지만 유약하지는 않다. 물은 아무리 압력을 가해도 압축되지 않는다. 또, 적은 량의 물은 다스릴 수 있지만 대량의 물을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니 물은 막아서 다스리기보다 길을 터주어 다스려야 한다. 그러므로 궁극적으로 물은 바다를 이룬다. 인간에게도 대성(大成)의 지혜가 여기에 있다.

     

     (4) 물은 항상 남을 씻겨주지만 남이 물을 씻어주지는 않는다. 물은 세상을 깨끗이 청소해 주지만 세상은 언제나 물을 더럽힌다. 그러나 물은 스스로 맑아지는 자정력(自淨力)이 있다. 물은 흐르면서 맑아지고, 파도치며 맑아지고, 증발하며 맑아진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사람에게도 자정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그 기능을 잃어가는 데 문제가 있다. 더러운 물은 쓸모가 없듯이 사람도 바탕을 더럽히면 설 자리가 없다. 물도 사람도 청정을 유지해야 본연의 기능을 발휘할 수가 있는 것이다.


     (5) 물은 남이 싫어하는 저습한 곳에 머물지만 그 본성은 조용하고 심오하다. 밤새워 물이 괴어 연못을 이루어도 소리가 없다. 큰 호수도 풍랑이 일지 않으면 거울처럼 잔잔하고, 아무리 큰 바다라도 파도가 없으면 고요하다. 성난 파도는 바람의 탓이지 물의 탓은 아니다. 그러니 물의 본성은 잔잔하고 평온한 것이다. 큰 사람이 되려면 잔잔한 호수, 평온한 바다처럼 깊고, 넓고, 묵중(黙重)할 일이다.


     (6) 물은 유연하나 강한 것을 이긴다(柔能制剛). 한 방울씩 떨어지는 낙수가 바위를 뚫고, 강한 돌을 자르는 도구가 수압절단기라는 사실은 부드러운 물의 힘을 상징한다. 또, 다량의 물은 엄청난 힘을 발휘하여 예로부터 전쟁에서 수공(水攻)을 이용했고, 현대에도 수력의 이용가치는 무한하다. 유연한 물의 무한한 활용성은 강성지향의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에 적응하며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유한한 존재이다. 그러니 자연은 인간의 모체요 모든 지식의 연원이다.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에서 배우고 순응하며 자연스레 사는 게 현명한 삶이리라. 물같이 되기는 어렵지만 물처럼 살고자 노력하는 일은 삶의 지혜이다.     

         


     
    출처 : 블로그 > grandfa의 blog | 글쓴이 : grandfa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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