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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박태기나무를 찾아 갔더니...(2)
    flower 2008. 4. 16. 14:11
     



    오늘은 꽃구경의 피크를 이룰 4월의 가운데 일요일인데도 남녘땅에는 금방 봄비가 쏟아질듯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넘의 싸돌이병은 또 도져서 살금살금 밖으로 기어 나와 어디로 갈까나...망설이다가 박태기나무꽃을 찾아가 보기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지금쯤 어디, 어느 곳에 꽃이 피었을라나??? 그래, 그곳이야... 박태기꽃을 찾아간 곳엔 아직도 백목련이 피어 있고, 벚꽃도 만개해 있더군요. 그래서 싸잡아 담아 왔습니다.


    박태기나무꽃


    박태기 나무는 꽃 핀 모습을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나무입니다. 꽃핀 모습이 너무 특이하거든요. 나뭇가지에 분홍색 팝콘이 잔뜩 붙어있는 것 같기도 하고, 분홍색 스치로폼 조각을 사람이 일부러 붙여놓은 것 같기도 합니다. 색깔도 너무나 진한 분홍색이라서 인공의 색 같이 느껴지기도 하죠. 마치 연극할 때 무대장치용으로 만들어 놓은 세트 같다고나 할까요?


    꽃이 나뭇가지에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멀리서 보면, 약간 징그럽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가까이에서 보면,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진분홍의 작은 꽃송이들이 너무도 사랑스럽게 생겼거든요. 그런데 이 예쁜 꽃은 독을 품고 있다고 하네요.


    꽃이 달려있는 모양이 밥알처럼 생겼다고 해서 밥티기->박태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자형(紫荊), 즉 자주꽃나무라고 부르고, 서양에서는 Chinese Redbud라고 부른다네요. 그만큼 이 나무의 붉은색 꽃이 인상적이었던 모양입니다. 북한에서는 구슬꽃나무라고 부른다는데, 이 또한 예쁜 이름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박태기나무란 이름만 좀 특이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박태기 나무는 꽃이 먼저 피는 나무입니다. 그래서 처음엔 꽃만 잔뜩 달리다가, 이후 잎이 나오게 되죠. 잎은 넓적한 하트모양입니다. 모양만으로 보면 수수꽃다리(라일락)과 비슷한 느낌인데요, 잎이 반짝반짝 윤이 나고, 두텁습니다. 애들 소꿉놀이 할 때 접시로 쓰면 딱 맞겠다.. 싶죠. 워낙 두툼하고 힘이 좋아서, 접시 역할은 충분히 할 겁니다.


    실거리나무과라고 하는데, 콩과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도감을 보면 어떤 곳은 실거리나무과, 어떤 곳은 콩과라고 돼 있더군요) 열매도 콩깍지 처럼 생긴 것이 다닥다닥 붙어 열립니다. 한겨울에도 떨어지지 않고 계속 달려있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꽃이 예뻐 관상용으로 많이 사랑받지만, 약으로도 사용된다고 합니다. 껍질과 뿌리를 삶아서 물을 마시면 소변이 잘 나오고, 중풍,고혈압 그리고 부인병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새봄, 수많은 꽃들이 경쟁하면서 피는 계절에 박태기 나무를 한번 만나보세요. 너희는 이만한 색 만들 수 있냐.. 하는 듯이 진한 분홍빛을 자랑하며 서 있습니다. 색깔 하나로 승부하겠다.. 뭐 이러는 것 같기도 하구요. 사람이 일부러 심어야 하는 나무니까, 공원이나 정원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박태기나무 꽃(詩)


    늦은 사월/사방이 수초처럼 젖어 있어/까닭모를 내 그리움/그 속 깊은 곳까지 젖고 있다./문득 젖은 알몸으로 다가서는/뜰 앞의 박태기/박태기나무 꽃들은/그저껜가 그 그저껜가/계단 위에 아무렇게나 피어있던/그녀의 치마폭처럼/자줏빛/지울 수 없는 자줏빛이다.


    박태기/박태기나무 꽃이여/하필이면 네 꽃 이름이 박태기인가/아무렇게나 불리워진/네 꽃 이름으로 인하여/나는 지금 아무렇게나 나뒹굴던/어린 시절/마른 수수깡 팔랑개비처럼 가벼워진다.


    그리움은 젖을수록 가벼운 날개를 다는가/내 가슴은 지금/그 모순을 접어 만든 팔랑개비/누가 작은 바람끼만 건네도/천만 번 회오리치며 돌아버릴 것 같은/미쳐버릴 것 같은/가벼움 속으로…/나는 지금 그렇게/아무렇게나 버려지고 있다.


    박태기/박태기나무 꽃이여/네 꽃이 핀 것은/이제 더 이상 너만의 문제가 아니다/그리하여 네가 지금 비에 젖고 있음은 더더욱/너만의 문제가 아니다.


    네 꽃은 이제/까닭모를 그리움의 배경 속에/젖을 대로 젖어/타인의 가슴 속 깊이 아무렇게나 번지고 싶은/한 사내의/자줏빛 진한 그리움의 빛깔일 뿐


    진실로/진실로/젖어도 지워지지 않는/한 사내의 무참한 그리움의 빛깔일까.

     

     

     

     

     

     

     

     

     

     

     

     

     

     

     

     

     

     

     

     

    출처 : 진주남강과 촉석루의 디카세상
    글쓴이 : 촉석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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