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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특파원의 보르도 포도 수확현장 번호 : 56 글쓴이 : lovely현주 조회 : 6 스크랩 : 0 날짜 : 2004.04.13 23:40 영국 특파원 보고] 보르도 포도 수확의 현장
9월 12일 : 결실의 현장 보르도로…
보르도의 포도 수확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지난 6월 빈 엑스포 방문 차 보르도를 갔을 때 샤또 로잔 세글라(ch. Rauzan-Segla : 메독의 1895년 등급 분류에서 그랑 크뤼 클라쎄에 속하는 마고 지역에 있는 샤또. 레드 와인 생산)를 방문하게 되었다. 와인 양조와 관련 몇몇 질문을 했더니 로잔 세글라의 사장인 꼴라자씨(Mr. Kolasa)는 내게 가을 추수 때 방문을 제의했다. 유럽에 있는 동안 직접 포도 수확을 보고 싶었기에 너무 쉽게 초대를 받은 것에 정말이냐고 몇 번이나 확인했다.
추석 다음 날 보르도에 도착, 마중 나온 로잔 세글라의 PR 매니저와 한창 추수 중인 메를로 포도 밭으로 갔다. 밭 한 구석엔 세 대의 트랙터가 있었고 구름도 없이 쨍한 가을 햇살 아래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포도 밭 이랑 사이로 보였다.
그들은 샤또의 상근 직원들 외에 주로 동부 유럽에서 내려온 집시들이나 실업자, 대학생들이다. 이들 중 숙련된 사람들도 있고 초보자도 있는데 날카로운 연장(가위)을 이용해 포도 송이를 따기 때문에 안전 사고가 생길 수 있으므로 사전에 철저한 안전 교육을 실시한다. 오랜 경험을 가진 숙련자들도 순간적으로 사고를 당하기도 해 많은 주의를 요한다고 한다.
로잔 세글라에 도착해 마련된 숙소에 짐을 풀고 아래층 식당으로 내려가니 식탁마다 깔끔하게 테이블 세팅이 되어 있었고 점심 준비로 분주해 보였다. 일꾼들의 식사는 에너지 소비가 많은 것을 고려하여 열량도 높고 내용도 알찬 편이었다. 각 테이블엔 작년도 빈티지의 와인이 큰 병에 담겨져 있었다. 추수철이면 임시 일꾼들과 사장을 비롯한 전 직원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한다고 한다.
나도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식당은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와 웃음 소리로 왁자지껄하여 옆 사람 외에는 말하기 조차 어려웠다. 메인 디쉬의 고기가 닭고기 같았지만 혹시 해서 물어보니 토끼 고기였다. 좋아하지 않으면 주방에 다른 걸 부탁하겠다고 하는데 초대받은 처지에 첫날부터 음식을 놓고 투정하기 민망하여 그냥 먹기로 했다. 난생 처음 토끼 고기를 맛 보았는데 모르고 먹으면 닭고기인줄 알 정도로 맛이 비슷하고 육질은 오히려 부드러웠다.
9월 13일 : 포도밭에서 발효통까지...
아침 6시 반 눈을 뜨니 아직 해가 뜨지 않아 푸르스름한 어둠이 남아 있었다. 약간 쌀쌀한 기운을 느끼며 잠시 침대 속에 누워 있자니 7시가 지났고 바깥에서 차소리가 들렸다. 나를 제하면 아무도 없던 샤또에 아침이 시작되었다. 아래층 식당에서 아침을 준비하는지 분주하게 사람들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갓 뽑아낸 커피의 신선한 향이 계단을 타고 올라온다. 추수철엔 대부분의 일꾼들이 샤또에서 제공하는 갓 구운 바게뜨, 잼, 버터 그리고 커피 등으로 아침을 먹고 일터로 향한다.
로잔 세글라에서의 수확 작업은 포도밭에서 포도 송이를 선별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너무 어린 것이나 상태가 덜 좋은 것은 제외시킨다. 선별하여 딴 포도 송이는 트랙터로 이동된 후, 한 번 더 선별하는 작업을 거쳐 트랙터로 양조장까지 옮겨진다. 문 앞에서 바로 디스테머(destemmer) 안에 포도 송이를 넣어 가지를 제거하고, 슬쩍 으깨지는 과정(Crushing)을 거친 후 포도즙과 껍질, 씨 등은 연결된 파이프를 따라 바로 스테인리스 발효 통으로 옮겨진다. 각 발효 통 앞에 추수한 날짜, 포도밭 명, 포도 품종 등을 명시한다. 각 포도 밭마다 나무의 수령이나 토양, 포도밭의 입지 조건에 따라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포도주로 발효될 수 있기 때문에 제 각각 다른 통에 발효시키고 숙성 시킨 후에 블랜딩한다.
하지만 메독 지역의 샤또 로잔 세글라와 함께 샤넬 그룹에 속하는 쌩 떼밀리옹 지역의 프르미에 그랑 크뤼 끌라세에 속하는 샤또 까농(Ch. Canon)은 로잔 세글라와는 약간 다른 방법으로 작업이 진행되었다. 일단 양조장으로 수확한 포도를 옮겨와 콘베어 벨트를 설치해 놓고 송이 선별-포도 가지 제거-포도 알 선별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것은 시간과 인력이 더 필요하지만 포도를 좀 더 정선할 수 있어 더 섬세한 맛과 우아한 향을 가진 포도주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9월 14일 : 일요일도 바쁜 양조장
샤또에서 일요일을 맞았다. 일요일임에도 샤또는 아침부터 양조장 건물의 문이 열려 있고 분주한 모습이었다. 커다란 양조장 안에 술 익는 냄새가 가득했다. 꼴라자씨는 나를 안내하며 “향기가 너무 좋지않냐”고 물으며 흐믓한 표정을 지었다.
양조장 안에선 펌핑 오버(pumping over : 발효가 진행되어 이산화탄소가 발생, 통 속의 포도 껍질과 씨 등 고형물들이 분리되면, 표면 위로 떠 올라 발효 과정 중에 포도 껍질에 들어 있는 페놀 화합물을 효과적으로 추출할 수 없다. 때문에 양조 통 밑에서 발효 진행 중인 포도즙의 일부를 뽑아내어 펌프를 이용, 통 위에서 다시 쏟아 부어 그 충격으로 위에 떠 분리된 포도껍질 등이 다시 포도즙과 골고루 섞이게 한다.)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 동안 한편에선 실린더에 소량의 발효액을 담아 알코올 발효의 진행을 체크했다. 이 작업은 하루 두 번씩 이루어 지는데 발효 진행 속도에 따라 한 번에서 세 번까지 이루어진다.
발효 통에 넣고 하루가 지난 메를로를 마셔 보았다. 아직 발효가 시작되지 않아서 달착지근한 포도 주스 맛 그대로 였다. 그러나 4일이 지난 것을 마셔 보니 탄산 음료처럼 혀 끝이 싸아하게 약간의 탄산 가스가 느껴지며 발효가 진행되고 있어서 포도 주스와는 확실히 다른 맛으로 약간의 알코올 기운과 함께 입 안의 안쪽 둘레로 탄닌이 느껴졌다. 일주일이 지난 것은 이미 발효가 끝난 상태로 과일의 맛과 향은 풍부한, 말 그대로 포도주 맛이었다.
9월 15일 : 포도밭에서…
포도밭을 산책하며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의 잎사귀, 포도 송이의 차이는 사진이나 그림으로 여러 번 보고 설명도 들었기에 쉽게 구분이 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잎사귀가 아주 작거나 큰 것은 그 차이가 선명하지 않았다. 반면에 쁘띠 베르도는 다른 품종과 잎사귀 모양이 달라서 구분이 쉬웠다.
예쁘고 잘 생긴 포도 송이와 잎을 놓고 사진을 찍어 보려고 내 숙소 바로 앞에 정리가 잘 된 포도밭에서 송이를 손으로 따려 했으나 따기가 매우 어려웠다. 일꾼들이 빌려 주는 가위로 몇 송이 따서 사진도 찍고 먹어 보았다. 식용 포도보다 알은 작지만 잘 익어서 씨는 갈색이고 아주 달았다. 까베르네 소비뇽이나 쁘띠 베르도보다는 메를로의 단 맛이 더 강했다.
포도밭에는 수확하지 않고 남겨진 포도 송이들이 꽤 있는데 동물들, 주로 새의 먹이로 남겨 둔다고 한다. 아침 나절, 포도밭에서 갓 수확한 포도 송이에는 그 사이를 누비던 달팽이도 몇 마리 딸려 나왔다. 콧수염이 멋진 어느 아저씨는 말은 통하지 않지만 손으로 그 달팽이를 가르키며 먹을 수 있냐고 묻더니 엄지 손가락을 들어 맛이 최고라며 농담을 건넨다.
포도밭 이랑 사이를 돌아다니며 포도 따는 자연스런 모습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양해를 구하면 일하는 이들은 카메라를 향해 웃으며 아예 포즈를 잡는다. 포도 수확 중간에 잠시 휴식을 취하던 이들은 잡담하며 담배 피던 사람들까지 모두 모여들어 즐거운 표정으로 포즈를 잡았다.
9월 16일 : 자연의 섭리와 인간의 정성
작년 여름, 한창 포도 송이가 영글어야 할 8월에 무자비하게 쏟아진 비 때문에 유럽의 각지에서는 포도 농사 피해가 보도 되었다. 2002년 산 포도주들은 추수 직전 막판의 축복 같은 가을 햇살로 어느 정도 향기와 맛을 간직할 수 있었지만 대외적으로는 그리 매력적인 빈티지로 알려지지 못했다.
그래서 정 반대의 날씨였던 올해는 대단한 와인 빈티지가 될 것이라고 포도 수확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곳 양조장의 셀라 마스터에게 물어보니 건조하고 더운 날씨로 일찍부터 포도 열매가 익기 시작해 충분한 당도와 탄닌, 풍부한 색상과 향기까지 갖출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하였다.
그러나 산도(acidity)는 다른 요소들에 비해 좀 부족한 것 같다는 의견이다. 그렇다면 장기 숙성에는 덜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발효 과정을 지켜 봐야하니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최고의 빈티지 중의 하나인 2000년 산 와인 보다는 좀 더 빨리 마실 수 있을 것 같다며 우회적으로 답변하였다.
포도밭을 방문해 보니까 어떤 곳은 잎사귀는 무성하지만 병든 잎들이 많으며 윗부분은 영글지 못하여 아직도 녹색을 띄고 있는 포도 송이들이 달려 있는 포도 나무들이 많았다. 그런 밭들은 소유자들이 대부분 영세하여 한 여름 8월, 일손 부족으로 제대로 손질을 해주지 못해서 그런 상태라고 했다.
6월 말 7월 초에 ‘그린 하베스트’라하여 포도 송이마다 햇살을 충분히 받아 잘 익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포도 송이를 가린다. 불 필요한 포도 잎을 따내고 열매에 맛과 영양분이 집중될 수 있도록, 실한 열매를 남겨 두고 가지 치는 작업을 하는데, 올해와 같이 날씨가 아주 덥고 비가 오지 않은 건조한 여름에는 한 번 더 포도 나무를 손질해 주어야만 한다.
즉, 포도나무 상단의 불 필요한 포도 송이와 잎사귀들을 정리하는 deleaf과정으로 혹독한 더위 속에서도 건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여느 농사와 마찬가지로 수확이야 가을에 하는 것이지만 포도 농사도 최상의 결실을 위해서는 일년 내내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랑 크뤼 끌라쎄의 와인이나 이름 없는 뱅 드 빼이 와인이나 저마다 자연의 혜택과 수많은 손길과 땀의 대가로 태어나는데, 내 앞에 놓인 와인을 한 모금 입에 물고 몇 마디로 평가한다는 것이 너무 경솔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세브도르 06 세일 >
※ 프랑스 와인 리스트
품 목 명 정 가 세 일 가 샤또 드 모리나 16,000원최저가지네스떼 보르도 루즈 18,000원최저가샤또 라 로제 피곳 2000, 메독 20,000원최저가시리어스 보르도 레드 20,000원최저가시리어스 보르도 화이트 20,000원최저가샤또 벨 오르므, 메독 39,000원최저가지네스떼 마스까롱 메독 34,000원최저가지네스떼 마스까롱 쌩떼밀리옹 39,000원최저가샤또 데 드 물랭, 메독 48,000원최저가몬티리우스 바케라 루즈 70,000원최저가샤또 페데스끌로 2001 116,000원54,000원샤또 깡뜨냑 브라운 2003 69,000원56,000원샤또 로장 가시에 2003 74,000원58,000원몬티리어스 지공다스 83,000원최저가샤또 라퐁 로쉐 2001 77,000원57,000원샤또 오 바따이에 2001 77,000원57,000원샤또 오 바따이에 2002 110,000원59,000원샤또 라퐁 로쉐 2003 82,000원64,000원샤또 쌩 피에르 2003, 쌩 줄리앙 88,000원69,000원샤또 딸보 1994 품 절품 절샤또 듀포레 비방 2001, 마고 120,000원80,000원샤또 베이슈빌 2003, 쌩 줄리앙 115,000원88,000원샤또 가쟁 2003, 뽀므롤 품 절품 절블랑 드 린치 바쥐 2001 품 절품 절샤또 브랑 깡뜨냑 2001 123,000원88,000원샤또 딸보 2003, 쌩 줄리앙 140,000원112,000원샤또 까농 2003, 쌩떼밀리옹 146,000원120,000원샤또 베이슈빌 1995, 쌩 줄리앙 148,000원98,000원샤또 지스꾸르 2000, 마고 157,000원110,000원샤또 뽕뗴 까네 1996 165,000원116,000원샤또 피지악 2003, 쌩떼밀리옹 164,000원119,000원빠비용 블랑 드 마고 1999 170,000원127,000원샤또 피지악 1997, 쌩떼밀리옹 178,000원152,000원샤또 딸보 1988, 쌩 줄리앙 310,000원220,000원샤또 로장 세글라 1988 300,000원최저가샤또 삐숑 롱그빌 라랑드 1998 320,000원최저가샤또 라피트 로스췰드 2002 390,000원285,000원샤또 무똥 로스췰드 2002 390,000원285,000원샤또 마고 2002 390,000원285,000원샤또 라피트 로스췰드 1994 520,000원337,000원샤또 슈발 블랑 1994 570,000원388,000원샤또 무똥 로스췰드 2003 660,000원540,000원샤또 라뚜르 1998, 뽀이악 620,000원496,000원샤또 라뚜르 1986, 뽀이악 897,000원686,000원